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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 S01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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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 그래도 남의 일에 목숨까지 걸 건 없었잖아요. 장 상답지 않게.
장태상: 그냥… 좀 화가 났소.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된 게 내 잘못이 아닌데 사람들이 거기 갇혀 그런 꼴을 당한 것도 내 잘못이 아닌데
마에다: 그런데요?
장태상: 근데… 막상 내 눈으로 봐 버리니까 화가 나더라고 열도 받고
마에다: 같은 조선인으로서 참을 수 없었다?
장태상: 같은 사람으로서 참을 수가 없었소.
마에다: 혹시 사람의 목숨이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장태상: 설마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장태상: 본디 힘이 없는 것들이 힘을 내야 할 때 단합이라는 걸 하죠.

나월댁: 뭐 한다꼬 그런 몹쓸 짓을 저질렀노 말이다! 사람 고치는 병원에서 사람은 안 고치고 그 무슨 옘병할 짓이고!

모리: 전 그냥 명령대로 따르는 입장이라 그럴… 힘이 없어서…
나월댁: 힘이 없으모! 틀려도 맞다 카고 아닌 것도 기다 카고 막 그랍니까?
모리: 저기…
나월댁: 암만 즈그들 세상이라 캐도 사람으로서 할 짓이 있고 몬할 짓이 있다 아입니까! 최소한 그런 도리는 구분할 줄 아는 기 그기 사람이지. 그거 모르면 짐승이랑 뭐캉 다릅니까!

장태상: 옹성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다 봤어. 거기서 일어나는 일은 절대 사람한테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일세. 그래 놓고 저들은 세상 앞에 시치미를 떼겠지.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고 그런 일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명자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도 보게 어디 하나 살인 사건을 다룬 신문이 있는가? 이게 그들의 방식일세 덮어 버리고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고
나월댁: 하지만 사장님요.
장태상: 자네 말대로 아닌 건 아닌 거고 틀린 건 틀린 거야. 지금 당장 나랑 상관없어 보인다고 모른 척 눈 감아 버리면 언젠가는 그 일이 우리 모두한테 일어나 버릴 걸세.

윤채옥: 이렇게 보니 참으로 평안한 세상 같지 않습니까? 고통도, 죽음도, 억울함도 없이 그저 조용한 것을 보니…
장태상: 지금은 어둠 속이라 잘 안 보일 뿐. 다들 숨죽인 채 이 밤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요.

장태상: 결국 조선인이 또 가해자가 돼 버렸군.
권준택: 언제나 똑같은 패턴 아니던가. 지들이 저지른 일을 덮기 위해 숨기고, 날조하고, 왜곡하고 그러다 안 되면 조선인들에게 또다시 그 칼끝을 돌리겠지 관동 대지진 때처럼.
나영춘: 걔들은 조선인 없었으면 어쩔 뻔했대요? 뭔 일만 터지면 우리 탓으로 돌리기 바쁘니.

장태상: 그 사람들 모두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을 일들이오.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감옥으로 끌려가 동료를 배신하라고 피멍이 들도록 맞지도 않았을 거고 불에 지져지거나 손톱, 발톱이 뽑히지도 않았을 거고 그 고문을 견디지 못해 동료의 이름을 불면서 평생을 죄책감으로 고통받지도 않았을 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죽기 살기로 다들 버티고 있는 건 치욕스럽더라도 구차하더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우리가 살아남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가 당한 일을 기억해 주지 않을 테니까.

가토: 어째서 너희들은 겁먹지 않는 거냐?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어째서 계속 그런 눈빛을 하고 있는 거지?
채옥: 나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어째서 너희들은 그리 당당한 것이냐? 내 어머니를 유린하고 한 가족의 행복을 짓밟고 무고한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죽여 놓고도 어찌 그리 뻔뻔할 수가 있는 거지?
가토: 내가 이룬 위대한 성과와 업적은 너 따위가 함부로 논할 수 없는 영역이다, 조센징.
채옥: 업적? 그래? 그런 식으로 미화하고 포장한다고 당신들의 죄까지 지워질까? 아닌 척한다고 당신들의 그 치졸한 열등의식을 감출 수 있을까?